독일 대학원에 와서 매일 체감하는 것은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이다.
옳고 그른 답을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현상의 발생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또 다른 시각에서 해당 사건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능력이 비판적 사고력이다. 만약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기본적인 의문점에서 비판적 사고를 시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 초중고대학교까지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공부방법은 암기였다. 내신 성적과 수능성적을 받기 위해 이해가 안 되면 무조건 외웠다.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항상 얻을 수 있었지만, 항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사고력을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 좋은학교 좋은 회사 타이틀 그것에만 안주하면 거기까지, 더 이상 키울 수가 없다. 사고력 수학, 논술학원, 창의적 사고 등 학원이 왜 있는지 알겠다.
독일의 교육환경은 한국이랑 많이 다르다. 정규교육과정 수업시간에 얼마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한다. 틀린 답이라고 지적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바를 표현할 기회를 놓치는 것을 경계하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그리고 토론을 즐기는 사람이 정말 많다. 괜히 철학자의 나라가 아니다.
대학원에 와서야 비로소 사고력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성적을 내는 것에 집중하게 되어 독서를 소홀히 했다. 독서를 많이 했다면 달랐을까. 수업시간에 정치, 경제 등 여러 관련 논문을 읽고, 토론이 이루어지는데, 내가 할 수잇는 생각은 좋다, 나쁘다 이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것을 외국어로 표현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더 확장된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에는 이과도 아닌데 문과생에게 대학원이 왜 필요한지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가 된다.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피대상이 된 문과전공의 존재 이유를 이제 좀 알겠다. 경제 경영만 공부해서는 사고력의 확장이 어렵지 않을까? 내가 사람을 뽑는다면 다방면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을 것 같다.
내가 대학에서 배웠던 것은 학문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이었던 반면, 지금 대학원에서는 해당 개념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분석하고 대안을 제안하는 법을 배운다. 물론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 이러한 능력을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학원을 다니면서 비판적 사고를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한계를 보는 기분이다. 이틀간 Quantitative Research Method에 대해서 배웠다. 연구 주제 선정을 포함하여 연구 방법을 전반적으로 다뤘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연하게 일어나는 사회의 일련 사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연구대상으로 삼는 과정이 신기했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요소를 관련시키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사회과학 대학원의 존재 의미에 의문을 품었던 과거의 나를 반성했다.
왜 대학 입시 과정에 논술시험이 있고, 취업 자소서는 항목당 1000자가 넘는지,
대학교 필수 교양과목에 비판적 사고, 토론 수업이 포함되어 있었던 이유가 지금은 이해가 된다.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게임처럼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를 통한 문제해결력이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을 잘해도 스스로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전반적인 교육과정은 주입식인데 삶의 중요한 순간에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현실이라니, 정말 인생은 만만치 않다.
결과에 집중했던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으로서, 독일의 대학원 과정이 정말 만만치 않다. 지난 학기에는 내 영어 실력 탓을 많이 했는데, 사실 사고력의 한계도 나를 힘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대학원을 그만두고 돈 벌러 가고 싶은 마음이 매일 굴뚝같기도 하다. 하지만 매일 논문을 읽을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는 걸 즐기고 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능력치가 올라있을 미래가 기대된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자.
자 이제 과제하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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